실험 예술 및 언더그라운드 씬에 대해 다루던 Etcetera에서 1996년 발행된 하다카노 라리즈(Les Rallies Denudes) 특집 호.
—
역사상 가장 미스터리한 밴드로 불리는 Les Rallies Denudes (하다카노 라리즈). 일본을 넘어 전세계적으로도 압도적인 위상을 가지는데요. 노이즈 록이라는 단어조차 희미했던 60년대부터 이미 80년대 지저스 앤 메리 체인의 노이즈 팝 질감이나 마블발이 90년대 완성한 ‘Wall of Sound’를 구현하고 있던 그들입니다.
그 전위적인 예술성만으로 그들을 설명하기엔 턱 없이 부족합니다. 하다카노 라리즈를 감싸는 미스터리함은 다른 곳에서 나오죠.
당시 컬트적인 인기를 누렸음에도, 라리즈는 스튜디오 앨범을 단 한 장도 발매하지 않았습니다. 팬들이 직접 현장을 녹음한 부틀랙만이 존재했고, 그게 그들의 컬트성을 극단적으로 높여주었죠. 밴드를 이끈 ‘미즈타니 타카시’는 음악을 ‘일시적으로 발생했다 사라지는 에너지’라고 믿었기 때문에 스튜디오에서 예쁘게 다듬어진 것은 가짜로 여겼습니다.
또 미즈타니 타카시는 매체 노출이나 소통을 거의 하지 않고, 늘 선글라스와 장발로 모습을 감춘 채 공연장 소음 속에 침전된 모습만을 보여왔습니다. 그의 은둔적인 성향이 하다카노 라리즈의 신비성을 완성해주었죠.
그리고 1970년, 그 이미지를 기하학적으로 키워준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합니다. 하다카노 라리즈의 베이시스트가, 일본 국내편 비행기를 납치해 북한으로 망명해버린 것이죠. 이 사건은 ‘요도호 납치 사건’으로 불리며 당시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. 그 베이시스트는 시간이 지나 범행을 후회하며 몇 번이고 귀국 의사를 밝혔지만, 2024년 이후 연락이 끊겼다고합니다.
하다카노 라리즈의 라이브 음원들은 2021년에서야 전 멤버들이 설립한 레이블을 통해 공식 유통되기 시작했습니다. 미즈타니 타카시는 1996년 공식적인 마지막 라이브 공연 후 종적을 감추었는데요.
그 기록의 희귀성을 뚫고 남겨진 일본 아트 매거진 ‘Etcetera’의 1996년도 출판물, 하다카노 라리즈 특집 호입니다.